가톨릭신문 무연고 장애아동의 보금자리 '평창가정공동체' [2009.4.19]
페이지 정보
작성자 기쁜우리월드 작성일09-05-14 12:33 조회11,026회 댓글0건본문
[장애인의 날 기획] 무연고 장애아동의 보금자리
'평창가정공동체'
“사랑으로 품어주면 불가능이 가능해져요”
어릴적 각기 다른 장소에 버려졌던 지적장애 5자매
가정의 포근함·엄마의 사랑으로 서서히 마음 열어
어릴적 각기 다른 장소에 버려졌던 지적장애 5자매
가정의 포근함·엄마의 사랑으로 서서히 마음 열어
발행일 : 2009-04-19 권선형 기자
- 둘째 현정씨, 엄마 이현남씨, 셋째 영은이, 첫째 정희씨(윗줄 왼쪽부터), 막내 민정이, 넷째 경아(아랫줄 왼쪽부터) 등 이현남씨 가족 6명이 함께 모여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첫째 정희씨가 저녁식사후에 엄마를 도와 설거지를 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민정이에요! 까르르~”
4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한 빌라. 사회복지법인 작은예수회 기쁜우리복지관(관장 윤상인)이 운영하는 무연고 장애인아동 보금자리 ‘평창가족공동체’의 현관문을 열자 해맑은 웃음이 쏟아져 나왔다. 초인종 소리에 그림그리기와 컴퓨터에 몰두하던 5자매가 하던 일을 멈추고 크레파스가 묻은 손을 흔들며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김정희(33), 박현정(28), 주영은(소화 데레사·12), 하경아(마리나·11), 주민정(젬마·8) 5자매는 모두 어렸을 때 버려진 지적장애인들이다. 막내 민정이는 태어나자마자 미혼모로부터 버려져 마산 보육시설에 맡겨졌고 경아 또한 갓난아기 때 경남 사천의 한 화장실에 버려졌다. 다른 세명도 비슷한 일을 겪으며 마산, 성남, 대구 등지의 보육시설에서 지내오다 한 가족으로 만나게 됐다. 서로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엄마 이현남(모니카·서울 세검정본당)씨와 한 가족으로 지낸지 어언 1년. 24평 아파트에는 이제 이들의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떠날 새가 없다.
처음 만났을 땐 너나할 것 없이 너무들 소극적이어서 엄마 이씨는 늘 걱정이 태산이었다. “아이들이 극도로 불안상태였어요. 자신을 표현하고 사랑하는 법에 서툴렀죠.” 민정이는 보육원에서 지낼 때 또래 아이들에게 많이 맞고 다녀 풀이 죽어 있었다. 사람들과 눈도 잘 마주치지 않으려 하고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가족이라고 모였지만 다른 자매들 또한 새로운 환경이 낯설기만 했다.
이씨는 먼저 이들의 개성을 살려주고 최대한 의견을 존중하려 노력했다. 본격적인 가정 만들기 6개월째, 서서히 아이들은 마음을 열어 이씨를 엄마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경아가 ‘엄마!’ 라고 수줍게 말하는데 어찌나 감동적이던지….” 그렇게 조금씩 변해 지금은 여느 가족 부럽지 않은 행복한 가정이 됐다.
민정이는 요즘 너무 활달해져서 이씨의 고민이 돼버릴 정도다. “얼마 전에 민정이가 지냈던 보육원 원장님이 전화를 하셨어요. 민정이가 많이 활달해져 언니를 가끔 때리기도 한다고 하니 원장님이 껄껄거리며 웃으시더군요.”
초등학생인 세 아이는 이제 혼자서 씻을 줄도 알고 등하굣길도 안심할 정도가 됐다. “주위에서 불가능하다고들 했지만 사랑으로 품어주면 기대 이상으로 잘 하더군요.” 꾸준한 연습을 통해 더디지만 하나하나 이뤄나가는 모습을 보면 엄마로서 대견스럽기만 하다.
맏딸 정희씨는 가족 중 유일하게 직장을 다닌다. 병원의류 세탁일을 하고 있는데 가족이 생긴 후로 더 밝아져 매일 힘이 솟는다고 한다. 월급을 타는 날이면 매번 엄마와 동생들을 위해 선물과 먹을 것을 한가득 사들고 오곤 한다. 이날도 정희씨가 사온 딸기로 조촐한 잔치를 즐기고 있었다. 현정씨 또한 이런 언니의 모습을 따르고자 현재 혜화동 ‘비둘기 보호작업장’에서 교육을 받으며 사회적응 훈련에 한창이다.
저녁때가 되자 온 가족이 분주해진다. 저녁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각자 맡은 일에 나선다. 정희씨와 현정씨는 엄마에게 요리를 배우고 초등학생 삼총사들은 집안 곳곳을 청소한다. 내년에 결혼한다는 정희씨는 어떻게 요리해야 더 맛있냐며 엄마로부터 요리법을 전수받느라 정신이 없다. “우와, 한번 가르쳐 줬는데 정희가 만든 잡채가 정말 맛있네.” 엄마가 칭찬을 하자 정희씨가 수줍어하며 말없이 엄마 손을 꼭 잡는다.
저녁식사 시간. 초등학생 삼총사들은 저녁을 먹으면서도 아옹다옹이다. 급기야 민정이가 세 살 언니인 경아를 때려 울리고 만다. 동생에게 맞은 게 서러워선지 큰 목소리로 운다. “엄마 민정이가 나 때렸어! 엉엉엉….” 엄마가 자신의 편을 들어 민정이를 혼내주길 바라는 눈치다. 그러자 둘째 현경씨가 밥을 먹다말고 다가가 경아를 달랜다. 어깨를 몇 번 토닥여주니 언제 그랬냐는 듯 울음을 뚝 그친다. 이 광경에 엄마는 웃음만 나온다. 이제 엄마가 직접 챙겨주지 않아도 정희씨와 현정씨가 곧잘 동생들을 챙긴다.
얼마나 지났을까. 삼총사들의 장난이 끊이지 않자 급기야 엄마가 나선다. “엄마가 식사할 때는 장난치는 게 아니라고 했죠.” 이씨는 “성장하게 되면 비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려 살 텐데 기본적인 예의범절은 가르쳐야 사회에 나가서도 상처를 덜 받는다”며 “아이들이 자신의 현실을 똑바로 직시해 있는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5명의 예쁜 딸을 가져 행복한 이현남씨. 사랑하는 형제, 무엇보다 그토록 원했던 엄마를 갖게 된 자매들. 티격태격하면서도 가족의 정을 쌓으며 버려졌던 아픔을 조금씩 씻어가는 모습에서 하느님나라의 한 자락이 엿보였다.
바로가기 http://www.catholictimes.org/view.aspx?AID=177326&S
4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한 빌라. 사회복지법인 작은예수회 기쁜우리복지관(관장 윤상인)이 운영하는 무연고 장애인아동 보금자리 ‘평창가족공동체’의 현관문을 열자 해맑은 웃음이 쏟아져 나왔다. 초인종 소리에 그림그리기와 컴퓨터에 몰두하던 5자매가 하던 일을 멈추고 크레파스가 묻은 손을 흔들며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김정희(33), 박현정(28), 주영은(소화 데레사·12), 하경아(마리나·11), 주민정(젬마·8) 5자매는 모두 어렸을 때 버려진 지적장애인들이다. 막내 민정이는 태어나자마자 미혼모로부터 버려져 마산 보육시설에 맡겨졌고 경아 또한 갓난아기 때 경남 사천의 한 화장실에 버려졌다. 다른 세명도 비슷한 일을 겪으며 마산, 성남, 대구 등지의 보육시설에서 지내오다 한 가족으로 만나게 됐다. 서로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엄마 이현남(모니카·서울 세검정본당)씨와 한 가족으로 지낸지 어언 1년. 24평 아파트에는 이제 이들의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떠날 새가 없다.
처음 만났을 땐 너나할 것 없이 너무들 소극적이어서 엄마 이씨는 늘 걱정이 태산이었다. “아이들이 극도로 불안상태였어요. 자신을 표현하고 사랑하는 법에 서툴렀죠.” 민정이는 보육원에서 지낼 때 또래 아이들에게 많이 맞고 다녀 풀이 죽어 있었다. 사람들과 눈도 잘 마주치지 않으려 하고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가족이라고 모였지만 다른 자매들 또한 새로운 환경이 낯설기만 했다.
이씨는 먼저 이들의 개성을 살려주고 최대한 의견을 존중하려 노력했다. 본격적인 가정 만들기 6개월째, 서서히 아이들은 마음을 열어 이씨를 엄마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경아가 ‘엄마!’ 라고 수줍게 말하는데 어찌나 감동적이던지….” 그렇게 조금씩 변해 지금은 여느 가족 부럽지 않은 행복한 가정이 됐다.
민정이는 요즘 너무 활달해져서 이씨의 고민이 돼버릴 정도다. “얼마 전에 민정이가 지냈던 보육원 원장님이 전화를 하셨어요. 민정이가 많이 활달해져 언니를 가끔 때리기도 한다고 하니 원장님이 껄껄거리며 웃으시더군요.”
초등학생인 세 아이는 이제 혼자서 씻을 줄도 알고 등하굣길도 안심할 정도가 됐다. “주위에서 불가능하다고들 했지만 사랑으로 품어주면 기대 이상으로 잘 하더군요.” 꾸준한 연습을 통해 더디지만 하나하나 이뤄나가는 모습을 보면 엄마로서 대견스럽기만 하다.
맏딸 정희씨는 가족 중 유일하게 직장을 다닌다. 병원의류 세탁일을 하고 있는데 가족이 생긴 후로 더 밝아져 매일 힘이 솟는다고 한다. 월급을 타는 날이면 매번 엄마와 동생들을 위해 선물과 먹을 것을 한가득 사들고 오곤 한다. 이날도 정희씨가 사온 딸기로 조촐한 잔치를 즐기고 있었다. 현정씨 또한 이런 언니의 모습을 따르고자 현재 혜화동 ‘비둘기 보호작업장’에서 교육을 받으며 사회적응 훈련에 한창이다.
저녁때가 되자 온 가족이 분주해진다. 저녁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각자 맡은 일에 나선다. 정희씨와 현정씨는 엄마에게 요리를 배우고 초등학생 삼총사들은 집안 곳곳을 청소한다. 내년에 결혼한다는 정희씨는 어떻게 요리해야 더 맛있냐며 엄마로부터 요리법을 전수받느라 정신이 없다. “우와, 한번 가르쳐 줬는데 정희가 만든 잡채가 정말 맛있네.” 엄마가 칭찬을 하자 정희씨가 수줍어하며 말없이 엄마 손을 꼭 잡는다.
저녁식사 시간. 초등학생 삼총사들은 저녁을 먹으면서도 아옹다옹이다. 급기야 민정이가 세 살 언니인 경아를 때려 울리고 만다. 동생에게 맞은 게 서러워선지 큰 목소리로 운다. “엄마 민정이가 나 때렸어! 엉엉엉….” 엄마가 자신의 편을 들어 민정이를 혼내주길 바라는 눈치다. 그러자 둘째 현경씨가 밥을 먹다말고 다가가 경아를 달랜다. 어깨를 몇 번 토닥여주니 언제 그랬냐는 듯 울음을 뚝 그친다. 이 광경에 엄마는 웃음만 나온다. 이제 엄마가 직접 챙겨주지 않아도 정희씨와 현정씨가 곧잘 동생들을 챙긴다.
얼마나 지났을까. 삼총사들의 장난이 끊이지 않자 급기야 엄마가 나선다. “엄마가 식사할 때는 장난치는 게 아니라고 했죠.” 이씨는 “성장하게 되면 비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려 살 텐데 기본적인 예의범절은 가르쳐야 사회에 나가서도 상처를 덜 받는다”며 “아이들이 자신의 현실을 똑바로 직시해 있는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5명의 예쁜 딸을 가져 행복한 이현남씨. 사랑하는 형제, 무엇보다 그토록 원했던 엄마를 갖게 된 자매들. 티격태격하면서도 가족의 정을 쌓으며 버려졌던 아픔을 조금씩 씻어가는 모습에서 하느님나라의 한 자락이 엿보였다.
바로가기 http://www.catholictimes.org/view.aspx?AID=177326&S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