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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하)에이즈와 빈곤에 신음하는 케냐.[2007.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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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쁜우리월드 작성일08-06-13 10:16 조회9,7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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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게 뻗은 평평한 아스팔트와 고층 빌딩 숲. 300만 인구가 모여 사는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는 전형적인 선진국 도시의 외형을 갖췄다. 빈민과 내전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의 다른 지역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화려함'의 첫 인상은 곧 퇴색했다. 시내 중심부에서 남서쪽으로 5㎞를 달려 마주친 전경은 실망만 안겨줬다. 불과 10여분 전의 케냐 이미지는 간 곳 없었다.
총면적 2.5㎢인 아프리카 최대 빈민촌 키베라. 현지어로 '밀림'이라는 뜻이다. 무려 100만여명이 주민 스스로의 표현대로 "짐승 같은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 빈민촌 덮친 에이즈 재앙
키베라는 미로와도 같은 폭 2m가량의 골목길 사이로 판자와 흙으로 벽을 세운 집들이 양철지붕을 맞대고 끝 모를 듯 이어져 있다. 2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방문, '빈곤 퇴치'를 외친 이곳엔 가난이 숙명처럼 찌들어 있다.
상ㆍ하수도 시설은 고사하고 화장실도 없다. 주민들은 비닐봉지에 용변을 보고 아무 곳에나 던져버리는 일명 '플라잉 토일렛'(Flying Toilet)을 사용한다. 전기도 일부 가정에만 공급되고 있다. 옆집에서 살인 사건이 나도 모를 정도로 치안도 불안하다. 4월 에는 선교활동을 하던 이모 목사가 대낮 6인조 강도 피습을 당해 목숨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은 범죄나 가난이 아닌 에이즈다. 세계보건기구(WHO) 2005년 발표에 따르면 케냐의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수는 130만명. 인구(3,400만명) 30명당 1명 꼴로 에이즈 보균자인 셈이다. 에이즈가 만들어낸 고아만 110만명에 달한다.
키베라의 에이즈는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무지함과 가난에 따른 무분별한 매춘이 보균자를 양산하고 있다. 2,037명이 재학중인 키베라의 아야니 초등학교의 고아 수는 500명. 대부분 부모가 에이즈로 사망한 경우로, 이들 중 400명은 결식 아동이다. 나이로비 시민 빈센트 키시불리(35)씨는 "에이즈 창궐의 근본적인 문제는 결국 가난"이라며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 거리를 떠돌다 에이즈에 감염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에이즈가 빈곤을 더욱 가속화 시키는 사례도 적지 않다. 미혼모 도로시 아냔고(20)는 자신의 아이 2명 외에도 언니 앨리스가 세상을 떠나며 남긴 아이 2명을 양육하고 있다. 아냔고는 "고정 수입 없이 4명의 아이를 기르다 보니 생활 자체가 고통"이라고 털어놓았다.

● 곡창지대에 드리운 가난의 그늘
나이로비에서 남동쪽으로 100㎞ 떨어진 완구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1년 삼모작이 가능한 케냐 유일의 곡창 지대이지만 가난의 그늘은 짙기만 하다.
완구루서 재배한 쌀은 대부분 수출돼 케냐 경제에 일조하고 있지만, 소작농이 대부분인 농민들은 하루 품삯으로 고작 100 케냐실링(약 1,400원)을 손에 쥘 뿐이다. 생계가 곤란하다 보니 많은 여성들이 몸을 팔고 있다. 덩달아 에이즈도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티바초등학교 교장 사무엘 왕기(50)씨는 "850명 재학생 중 40명이 고아"라며 "대부분 부모가 에이즈로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비참한 현실 못지 않게 복지수준도 열악해 어린이들의 삶은 실종된 지 오래다. 많은 고아들이 거리를 헤매며 비행을 일삼다 거리에서 생을 마치고 있다. 최근 부모를 모두 잃었지만 캐롤라인 완지루(14세)는 그나마 행복한 편이다.
국내 사회복지법인 작은예수회가 제공하는 학비와 급식 후원으로 학업을 이어갈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예수회의 전수진씨는 "58명에게 학비와 급식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가 훨씬 많아 외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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